Sarah McLachlan – Sweet Surrender
오랜만의 야근이었다. 바빴고 피곤했다. 영어로 채팅은 많이 해 보았지만 직접 말로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해 본 것은 아마도 처음 이 아닌가 싶다. 오늘같은 하루가 최소한 한 번은 – 그러니까 내일 – 반복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홍대 입구역에서 내려 한 정거장 되돌아가 버스를 타고 실수로 누군가의 발을 밟고 가벼운 미안함을 표현한 뒤 지루한 음악으로 잠을 청하는 그런 내일이 또 올 수 있 음을 알면서도 나는 지금 정말 많이 기쁘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기분만으로도 이상스레 내 하루는 유쾌하고 충실하게 되어버린다. 자꾸만 어제의 전화를 떠올린다. 단지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벅찰 수 있을까. 거짓이 결여된 대화 속에서 나는 진정 행복했다. 단 한 번도 떨어져 있는 사람과 대화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둠만이 가득한 방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나를 남김없이 감싸고 있는 어둠이 사실은 ‘그대라는 이름의 소우주’임을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