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c~en~Ciel – winter fall
2003년 12월 28일. 춘천 소양댐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난 일이라니,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나에겐 분명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지금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내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의 일부다.
소양댐에서 돈이 없어서, 아니 돈이 없는 줄 알고 유람선을 타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는 그랬다. 많이 미안했고 우스운 실 수를 한데 대해서 아쉬움이 앞섰다. 하지만 그녀의 편안하고 너그러운 마음은 내 잘못을 잘못이 아닌 것처럼 대해 주었다. 그녀의 나 에 대한 배려는 진실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이었다. 미안한 와중에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경이와 찬탄에 어쩔 줄을 몰랐다.
우리는 그 외에도 기차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는 실수도 했지만, 덕택에 춘천 조각공원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나름대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해는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바람은 점점 차가운 색을 띄기 시작했지만 행복했다. 불평을 하기보다 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기는 마음에 속으로 감사했다. 벤치에 함께 앉아 얼어붙은 강을 바라보았다. 겉은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은 따뜻한 물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애정어린 편안함은 아름다움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꽃처럼, 그렇게 그녀의 깊은 곳에서부터 조용히 전해져 왔다.
PS: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나의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지속되기 힘든 것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그 날 보냈던 수많 은 순간들의 조각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내 몸 구석구석에 그들은 붉은 포도주처럼 흐르고 있는데. 그 점이 글을 조금 뒤늦게 쓰다 보면 슬프기도 하지만 나는 확실히 안다. 그 모든 한 방울 한 방울이 그 사람에 대한 ‘사랑’ 이라는 내 마음의 기준점을 나침반 처럼 변함없이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