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a Calypso – Kinky Love
나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일까?
“너는 아가씨랑 대화 많이 하냐?” “글쎄, 워낙 가족같은 사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럼 말이 없거나 무뚝뚝한건가?” “가족이라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많지 않나? 내가 말하고자 한 건 가족들 사이처럼 어떤 필터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된다는 뜻이었어.”
생각해 보면 나는 부모님께 꽤나 무뚝뚝했었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나 긴 시간을 같은 집에서 살아 오 면서 얻은 애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모님의 끊임없는 조언과 명령의 과잉상태에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살다 보니 간단히 넘길 조언들도 짜증이 앞설 때가 많다. 모두 좋은 말들인 것은 알지만 나는 그 말은 일주일 전에도, 한 달 전에도 계속해서 들어 오고 있었기에 답답하기만 하다. 심지어는 30초 전 에 먹은 반찬을 한 번 먹어 보라고 권유받는 일 까지도… 이렇다 보니 어느새 꽤나 반복을 싫어하는 내 자신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차라리 부모님이 멀어서 쉽게 닿기 힘든 곳에 계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잘 해 나가긴 하겠지만 먼 곳의 부모님이 그립기도 할테고, 좋은 기억들을 간직하고 전화 한통에 마음이 설레기도 할 듯 싶다.
누나와도 대화가 거의 없었지만 요즘에는 메신저 덕택에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좀 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누나의 성격은 참 좋아 서 대화를 하다 보면 친근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친척이라던가 하는 개념은 나에게는 정말 익숙하지가 않다. 친인척 관계에 대한 특수한 호칭을 잘 모르는 것은 기본이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목격한 터이라 가급적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항상 친척들이 모이는 행사를 나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특히 지독히도 먼 거리를 달리는지 기는 지 알수도 없는 도로를 따라 행군하기는 더더욱 싫다. 오히려 회사 사람들과 파티를 열면 그것이 더 허물없을 것 같다.
이런 복잡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가끔씩 나를 주눅들게 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 나름대로의 응대도 하고 형식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익숙해진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날이 올까? 와야 할 필요는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