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을 꿈꾸며

Pizzicato Five – Happy Sad

부모님은 나에게 말씀하신다. 일찍 집에 들어와야 한다고, 식사를 제때 챙겨먹어야 한다고. 수백번을 들어온 그 말들을 들으면 이젠 화가 난다. 속이 아파서 내일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는 말에 ‘그러길래 일찍일찍 들어오고 그랬어야지’ 하는 투의 말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었다. 우리는 말다툼을 했고 그것은 언제나처럼 내가 철이 덜 들었고 부족한게 없이 자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로 불 쾌하게 끝났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가족과 함께 한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많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나의 지혜로운 연인은 조언했다. 부모님들은 기성세대로서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나를 돕는 그녀에게 감사하고 싶다.

하지만 …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문제일까.

철이 덜 들어서 그런다고 말하는 것이 싫다. 나를 어린 아이로 보는 것이 정말 싫다. 나를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아 주지 않을 때마다 부모님의 애정은 나에겐 스트레스이며 마음에서부터 몸까지 집을 떠나버리게 만든다. 내가 정말로 피곤하고 힘든 것은 회사 일 때문도 아니고 집이 멀어서도 아니다.

가족사이의 따뜻한 마음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느낄만 하면 끊임없이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기 시작한 다. 자격증은 빨리 따야 하고, 일본어 학원은 왜 계속 안다니는지, 제발 집에 일찍좀 들어오라는 말들. 세상에 해야 할 일은 많다. 모두 하나같이 소중하고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일들이다. 나도 일본어 공부를 매일같이 하고 자격증을 5개 정도는 갖고 있으면 좋겠다. 일찍 집에 들어와서 매일 숙면을 취하고도 싶다. 하지만 나는 다 할 수 없다. 다만 나는 그 중에서 선택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그 권리가 전혀 존중되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집을 떠나는 것은 나의 숙원이 되어버렸다. 나는 오늘도 꿈꾼다. 진짜 내가 만들어낸 시공을.

아니, 당장이라도 짐을 싸기 시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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