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unt Mary – 공항 가는 길
말없이 팔을 버스의 차창에 걸친 채 바깥을 바라보면 이 긴 길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생각이라곤 남김없이 지워져버린 텅 빈 머리로 바라보기만 한다. 이 곳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버스 안에서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 느낄 수는 있었지만 알 수는 없었다. 이것이 내가 가진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단속적인 느 낌을 하나의 생각으로 엮어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 한계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을까. 남들이 어떠하든 간에 내가 가진 한계는 가끔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내 인생은 일관성의 부재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딘가 단편적으로 끊어져 뭉쳐지지 않는 것이다. 점점 모여 밀도를 높여가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풍선처럼 나는 스스로를 채우기가 힘들어져 간다.
존재는 느껴지되 실체는 알 수 없는 삶의 모순은 아마도 이렇게 종종 찾아와 나의 마음을 애처롭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품을 그리도록 종용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