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일정이 빡빡하여 거의 몇 년 만에 일요일에도 일을 했다. 일을 하기 싫었지만 일단 일에 착수하게 되면 생기는 내 앞에 떨어진 이 장애물을 어떻게든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6시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요즘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의미 같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제 죽게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얼마 전 놓칠 뻔 한 버스를 격렬하게 달려가 잡은 뒤 가슴에 강한 통증을 느낀 뒤로는 가슴이 살짝 살짝 아플 때가 더 잦다. 덜컥 걱정이 되어 다음날 바로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여 주말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 나는 운동도 마치 질 수 없는 싸움에 임하듯, 잘 해 낼 수 있다는 모습을 내 스스로와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는다. 죽음이란 이런 면에서 비장한 각오의 에너지를 나에게 불어 넣어 힘든 운동도 마다 않게 하고, 내키지 않는 일도 후딱 해치워 버리게 하는 것이다.
이런 광기에 가까운 의지 끝에 죽음이 매우 뒤늦게 찾아온다면 그것으로 좋지만, 금방 죽어버릴 처지에 끝낼 수 없는 일에 애를 쓴다면 조금 손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라면 가차없이 예매도 하고 있다. 3월 31일 다이애나 크롤부터 4월 10일 박정현, 그리고 4월 30일 팻 메스니 그룹까지. 요즘 그래서 영희씨와 하는 말이 ‘우리 요즘 너무 럭셔리한거 아냐?’ 다. (웃음)
두려움을 용기와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다면 죽음이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