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닳아 없어지고, 지금 어디선가는 누군가 뺑소니를 당해 차가운 공기속으로 신음을 스미고 있고, 또 누군가는 얼마 전 약국에서 구입한 질좋은 콘돔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요긴하게 쓰고 있을 터이다.
죽음, 환희, 생명, 그리고 아무것도 아님이 교차하는 매 순간 순간을 살아간다는 것은 아마 무지 덕택이 아닐까. 죽음을 앞두고 평생 역작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어가는 숨을 다해 미망인에게 받아적게 하는 자의 시간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쉽게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