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파고다 영어 학원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그녀의 반가운 얼굴 위에 적힌 ‘ONLY ONE NIGHT’ 이라는 글귀. 그리고 이번이 처음 내한 공연일 것이라는 나만의 상상. 가벼운 떨림이 나의 마음을 시원스레 흔들어 놓았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왠지 다시는 눈앞에서 그녀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거금을 들여 둘째 줄 가운데 좌석을 구입하고 기다리기를 2주. 3월 31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의 좁고 혼란스런 복도를 뚫고 드디어 그 자리를 차지한 나는 벌써부터 만족스러웠다.
90분간의 공연 동안 다이애나 크롤과 그녀의 친구들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내 마음에 끊임없는 파문을 가져다 주었다. 재즈가 갖는 자유로움과 음악 자체로서의 심미적 가치를 넘나드는 그들의 연주와 목소리는 지금까지 내가 보고 들었던 그 어떤 라이브 콘서트보다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는 완전히 매혹되었다. 그것은 음악이 가져야 할 전부처럼 보였다.
팝 성향이 강한 – 제목을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 곡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끝났다. 그녀는 사인을 부탁하는 열성 팬들의 부탁을 거부한 채 무대 대기실로 그 모습을 감췄다. 언제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짧은 혼잣말을 혼잡한 복도에 남기는 대신 감동을 한아름 안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