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다 읽으셨다면 저의 다른 글을 추가로 참고해 주세요.
어제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덜컥 집에 걸려온 전화를 통해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어판을 구독 신청했다. 텔레비젼은 커녕 뉴스도 잘 보지 않는 나에게는 사치인 듯 싶다.
오늘 아침 쓸데 없이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구글과 지식인을 통해 알아 본 결과, 아마도 YBM mbu 에서는 신입 사원들에게 스크립트를 주고 교육을 통해 내셔널 지오그래피 한국어판을 판촉하는 것 같았다. 스크립트의 전체적인 맥락은 다음과 같다:
-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홍보를 하고자 하는 듯 이야기를 도입
- 자신의 첫 번째 회원이 되어 주었을 때의 혜택 제시
- 신입사원으로서의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 어필
- 구매를 촉발
돌이켜 보면 매우 교묘하여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잘 먹혀들어갈 것 같은 전략이다. 그렇다고 지금 YBM 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마 내가 YBM 을 욕하게 되는 시점은 실제 서비스에 불만족하거나 계약을 철회 및 해지하는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궁금한 것은 아무래도 그 사람이 진짜 YBM 에서 일하는 신입 사원인가 하는 것과, 나에게 제공된 제안이 과연 저렴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녀는 생 초보 텔레마케터, 진짜 신입 사원 같았다. 쉴 새 없는 기침, 모르는 부분에서 상사가 불러주는 라이브 스크립트를 따라하는 모습, 제품 구매 결정이 이루어지자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말투랄지.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직종상 관계는 전혀 없지만 포르노 영상의 섹스는 대부분 연기라 한다. 직업의식이 투철하면 그런 것도 가능해진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쳐 그녀를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당장은 그저 믿을 수 밖에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에게 제공된 제안은 여러 가지 검색 결과 그렇게 싼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내셔널 지오그래픽 미국 사이트에서 구입할 경우 거의 덤핑에 가까운 가격 (권당 17 USD) 으로 1년 구독을 할 수 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사회 초년생 한 명 도운 것인지, 아니면 경력 만점의 텔레마켓터 또는 철저히 진화한 텔레마켓팅 시스템에 농락당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진실이었다면 나와 생년월일이 같은 재미있는 친구 한 명 사귀었다고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다.
9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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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파이 said,
August 4, 2005 at 3:35 am
저도 똑같은 전화를 받았었죠… 저두 회사 신입, 그녀도 신입 사원… 님께서 설명하신 네가지 요소를 다 갖춘 상황이었습니다.
신입으로서 회사에서 받은 상태라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하기가 쉽지 않더군여. 그리고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쉰 목소리 그리고 애절한 느낌… 구입의사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 순간,,, 자신이 피아노 전공이고 목소리는 쉬었지만 얼굴은 이쁘다는 주제에서 벗어난 호소까지,,, 참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졌더군여… 분명 그녀가 신입사원이긴 했지만 예전에 그와 비슷한 사기를 당한 경험때문에 생긴 선입관때문에 전화를 끊고 말았습니다. 같은 상황,,, 거부한 저, 수락한 당신,,, 당신은 저보다 순진한건가요? 아니면 어쩌면 찾아올 만남에 대한 투자인가요…
ㅎㅎㅎ 재밌네여… -
Trustin Lee said,
August 4, 2005 at 3:36 am
처 음부터 어느 정도의 능력으로 입사한 저는 신입 사원의 설움을 겪어 보지 않아, 마치 타국의 사람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유가 좀 생뚱맞겠지만 고국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있다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한국에 막 도착해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를 대하는 느낌이랄까. 버벅이면서도 열정적으로 제품 하나를 팔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더군요.
사기인지 아닌지, 모든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직감상 사실은 맞는 것 같더군요. 해당 사무실의 전화번호도 조회해본 결과 종로 2가에 위치한 국번이고, 카드 결제 정보의 회사 명도 동일하고, TM의 휴대 전화 번호도 본인 것이고요. 사기는 아닌 듯 합니다. (물론 환불 요구시 어떤 상황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본인이 직접 1:1 관리를 해 준다는데, 사실 잡지 구독하는데 딱히 관리해 줄 것이 있겠냐만은 잡지가 늦게 오거나 할 때 얼마나 잘 관리해 줄 지 궁금하군요. 서비스가 나쁘면 휴대 전화로 5분마다 압박을 가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니 그 점에서는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너무 가혹한가요? ^^)
어쨌든 YBM mbu 의 시스템이라는 것이 결국 신입 사원을 이용해 그런 식으로 영업을 펼치는 것이라는 점이 상당히 비굴해 보이네요. 필요한 사람들은 알아서 구독할 텐데 말입니다. 저같은 경우 이번달 목차가 상당히 재미있어 보인 것도 구매 결정에 한 몫 했으니까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지리적인 내용만 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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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파이 said,
August 4, 2005 at 3:36 am
그렇군여… 희승씨는 조금은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으셨군여…
저는 가장 평범한 길을 걸어왔지요… 거의 대한민국 표준 남성의 삶을 걸어왔습니다.고등학교 대학 1년 후 봄 입대 재대를 거쳐 대학 졸업후 입사 -_-;
대 학교 친구 대부분은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4년을 방황한 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너무 안일하게 살았지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고 그 하고 싶었던 것이 님처럼 발전적인 것이었다면 제 삶은 조금은 나아졌겠지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관심도 없었고 흥미도 없었지만 어느 정도의 호감은 있었습니다. 막상 직업으로써의 일을 하게 되니 ( 강제성을 띄는… ) 나름대로 즐거움이 있더군여… 빠르지도 않고 앞지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님이 예전에 느꼈던 즐거움을 전 이제야 느끼나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 길이 저의 길인지는 항상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남들만큼은 할 거 같지만 그 이상이 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남들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열정과 욕심이 필요한 법이지요…
그러나 전 매사에 욕심이 없어서 아직 머하나 제대로 이룬 건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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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JSP 눈팅만 3년을 했어도 글 한번 남긴적 없었는데…
여긴 조용해서 좋네여…
저도 블로그 하나 장만할까 봅니다…
좋은 블로그 장만 과정이나 팁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여…
암턴 가끔 여유가 있으면 끄적되겠습니다…
그럼… -
Trustin Lee said,
August 4, 2005 at 3:36 am
이렇게 답글을 달아 주시는 분도 계셔 기쁘네요. ^^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워 취미삼아 오랜 시간을 거쳐 왔기 때문에 초기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들은 앞으로의 제 행동에 달려 있겠죠. 열심히 해야 할텐데 큰일입니다. ^^;;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