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행복 여행

에릭 라슨의 화이트 시티를 구입하면서 영희씨에게 선물했던 프랑수아 끌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여행 중에 읽었다.

얼마 전에 소개한 선물처럼 큼지막한 글씨, 그리고 거기에 곁들여진 베아트리체 리의 그림은 휴양지에 어울렸다. 이 책은 불행한 사람들을 치료하면서도 왠지 불행한 ‘주 마뻴 꾸뻬’ 라는 정신과 의사가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아니면 불행하게 만드는지 알아보고자 떠난 독특한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다양한 재미를 불어 넣고,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사건들을 행복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여, 마음이 아픈 현대인들에게 잊혀진 행복을 잔잔히 일깨워 주고 있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기술서나 미국인들의 책들을 주로 읽어 온 나에게 이 책은 나에게 조금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저자가 독자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특유의 배려가 행간에 묻어나와 그렇게 편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덕택에 반복하여 읽으며 나 스스로도 행복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는 그저 ‘인생은 그냥 죽음을 향해 끊임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라고 생각해 왔다.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더 능률적으로 더 좋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고, 그래서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속상하기도 했고, 스트레스를 가능한 한 적게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잊고도 그럭 저럭 잘 지내 왔던 것 같다. 적어도 불행하지는 않은 것이다.

요즘은 집에서 사람들과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참 즐거운 일이다. 한때는 단순히 금전을 위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해 본 적도 있다. 그저 막연히 어떤 일이든 그리 어렵지 않고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나는 심한 스트레스의 댓가로 많은 수입을 얻었다. 돌이켜 보면 매사에 남들보다 더 빨리 무언가를 성취하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와 궁핍한 상황이 함께 가져온 결과였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끝이 없는 도전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항상 마음속에 담아왔던 생각들을 한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이 글귀가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에도 엽서로 큼지막히 꼽혀 있다는 사실은 정말 많은 것을 암시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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