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 (또는 IT인)의 전형적인 고민

간단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질문은 베레나 슈타이너의 전략적 공부기술이라는 책에 나옵니다.)

“음악회에 일반인과 음악 애호가, 그리고 음악 연주가가 갔다고 칩시다. 세 사람은 각각 한 달 후 무엇을 기억할까요?”

  • 일반인은 그 음악회가 아주 좋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정도에 그칠겁니다.
  • 애호가는 나아가 어떤 곡을 어떤 분위기로 연주했는지까지 기억할겁니다.
  • 연주가는 상대 연주가가 어떤 곡을 어떤 분위기로 내기 위해 어떤 기교를 부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할겁니다.

풀어 말하면, 모든 지식의 흡수 속도는 지금까지 그 분야에 대해 쌓아올린 지식의 양에 좌우합니다. 재화의 부익부 빈익빈이 있다면,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임을 우리는 냉정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이미 IT 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 새로운 것이 나와도 전혀 따라잡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이 초보자라면 숙련자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속도를 따라 잡기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요즘처럼 신기술이 쉼없이 나타나는 시대에는 아마 따라 잡기는 커녕 그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심지어 사람의 몸을 다루는 의사들조차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사람을 남들보다 더 잘 고칠 수 없게 되듯,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만약 그것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면 세상 날로 먹겠다는 심보 아닌가요?

또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도메인 지식은 과연 SCM, 회계, 재고 관리 등과 같은 것만 있을까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해지고 추상화 계층이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다양한 서비스업이 등장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하지만 세상은 앞으로도 더 많이 발전할 것이고,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IT 를 위한 IT 가 지금도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라는 점을 저는 확신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기존의 업종이 갖는 규모보다 더 작은 규모에서 시장이 형성되겠지요. 하지만 그런 시장은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저같은 경우 지금 LDAP 서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개발하기 위해서 LDAP 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다른 LDAP 서버 구현체간의 차이를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LDAP 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디비에 비유하자면 관계형 디비의 내부 구조를 낱낱이 알고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죠. 저는 IT를 위한 IT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업무 지식” 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무엇을 위한 IT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그 업무 지식의 선택 범위는 더 커지고,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충분히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IT 에 기반을 깊이 둔 분야는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테구요.

우리가 할 일은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변화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직접 부닥쳐 밝혀내는 것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분이 무슨 선택을 하였든 간에 그 선택을 한 번 했다면 그것이 가져올 안좋은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극복해야한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연봉 일억 정도는 받는 성공한 샐러리맨이나 사업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아내를 사랑하고 아들을 잘 돌보는 훌륭한 가장도 되고 싶으시죠? 사회적인 명망도 있고 막역지간의 친구들도 많았으면 좋겠고 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당장 꿈 깨시는 게 좋습니다.

사람들은 미디어가 주는 돈도 많고 가족과도 화목한, 모든 역할을 다 하는 멋진 사람의 이미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24시간 계속되는 이상과 현실의 줄타기나 마찬가집니다. 왜 그런 미치게 하는, 아무 것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긴장감에 스스로를 던져넣어야 합니까? 그리고 그런 이미지를 당신의 배우자나 애인에게 기대하고 스스로 상처입고 입히는 역할을 자처해야 합니까?

  • 일은 힘들지만 젊을 때 돈을 많이 벌기로 했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야근을 해도, 아내나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도 다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여성으로서 성공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아이를 낳지 않아도 전혀 아쉬움이 없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 가족을 보살피며 행복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높은 소득과 세간의 이목은 생각하지 않는 쪽이 좋습니다.

동시에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그냥 스스로가 원하는 한 가지 모습에 집중하십시오. 혹시 압니까? 그것이 그나마 여러분이 나중에 좀 더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줄 유일한 방법일지?

세줄 요약:

  • 지식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에 가속도가 붙는다.
  • IT 를 위한 IT 도 엄연히 존재한다. 일단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내서 공부나 열심히 하자.
  • 스스로 원하는 인생의 모습을 선택하라. 그리고 그로 인한 손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라.

11 Comments

  1. 골룸 said,

    October 30, 2005 at 1:27 pm

    아, 스팸 방지용 질문이 너무 어려워서 잠시 인터럽트가 걸렸었습니다(웃음)
    이 글을 읽고 난데없이 홍상수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영화가 재미도 없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홍상수 자신은 그런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나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 꿈이나 환상을 가지고 있겠는데 적어도 자신의 삶과 중요한 몇몇 분야에서 만큼은 그 환상을 갈가리 찢어발기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중요한 분야 만큼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싸워나가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홍상수를 생각나게 한 현실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2. 야사시이02 said,

    October 31, 2005 at 1:11 am

    알았어.. 화이팅”*.

  3. 황종원 said,

    October 31, 2005 at 2:46 am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스팸방지용 질문. 너무 어렵습니다. 한자리 더하기로 바꿔주세요 (___)

  4. 짱가 said,

    October 31, 2005 at 8:23 pm

    잘 읽고 깊은 공감 느끼고 갑니다.

  5. Trustin Lee said,

    November 3, 2005 at 1:22 am

    ㅎㅎ 홍상수 감독님에 비유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6. Trustin Lee said,

    November 3, 2005 at 1:23 am

    화이팅~! ^^

  7. Trustin Lee said,

    November 3, 2005 at 1:23 am

    사실 사칙연산 질문이 매우 한정되어 있어서 아마 자주 글 남기시게 되면 외우실 수 있을겁니다 ㅋㅋ

  8. Trustin Lee said,

    November 3, 2005 at 1:24 am

    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9. 윤주선 said,

    N
    ovember 4, 2005 at 8:39 am

    사람의 욕심때문에 그런 불평들이 생기는가 봅니다. 비중을 두고 인생을 살고 싶지만, 어느 하나 놓치기 싫은것이 사람 마음이거 같습니다.
    약간은 애매하게 포지션해 있는게 모두를 위해서 좋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10. Trustin Lee said,

    November 7, 2005 at 2:14 am

    ^^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애매한 위치에 설 수 밖에 없게 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정말 위대해지려면 무언가를 희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삶 아닌가 싶네요.

  11. Killimanzaro said,

    November 12, 2005 at 6:14 am

    개인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저도 위의 글같은 생각을 글로 써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지만~ 참 간지러운곳을 잘도 긁어 주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