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예기치 않게 응급실을 방문하면서 생겨난 건강 염려증으로, 몸에 아무 이상이 없으면서도 이상이 있을 것 같고, 조금 있으면 어딘가 아파서 쓰러질 것 같은 무기력함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뭐랄까, 불안한 느낌은 여전하다.
그 와중에 공부 좀 해 보겠다고 방문한 잔디와 소나무에서 안절부절 못하다가 손에 잡힌 책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다. 마음을 따뜻하고 차분하게 해 주는 책들을 주로 전시해 놓은 곳인데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지만, 어쨌든 나의 몸이 아닌 다른 곳에 신경을 쏟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으니 제 역할은 다한 셈이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라는 단편 소설집으로 처음 만난 에쿠니 가오리의 모습은 마치 들춰내고 싶지 않은 상처를 쿡쿡 찌르는 문체라는 느낌으로 기억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고야 만다.
이 책에서 그녀에 대해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녀는 행간의 작가 – 남들이 다들 이야기하듯 – 라는 점이다. 마치 너무나 유능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최소한의 절약된 동작으로 적을 단숨에 제압하는 검사와도 같다. 당해버린 사람은 한 순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의 의미를 해석하기에 바쁘다고 해야 할까. 압도에 가까운 글솜씨 뒤에 남겨진 독자를 위한 공간을 깨닫고 나면 그만 전혀 씁쓸하지 않은 감탄 섞인 웃음이 나와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그녀의 애독자가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