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구입한 PlayStation (PSX) 용 게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남코의 ‘R4: Ridge Racer Type 4′ 라는 레이싱 게임이다. 사실 나는 레이싱 게임을 잘 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바로 수준급의 오프닝 동영상과 배경 음악 때문이다.
레이싱 게임의 배경 음악하면 보통 락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게임은 테크노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음악이 엄청나게 수준급이어서 갖고 있던 MD와 PSX를 오디오 케이블로 연결해서 조심스럽게 음악을 더빙해 듣고 다니기도 했었다.
이제 오랜 시간이 지나 잊혀질 만도 했는데, 용케도 기억이 났다. 그래서 얼마 전 Amazon.com을 통해 시디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금 들어도 음악의 수준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것이 또 인상적이다. 일본에서는 절판인데 미국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 하지만, 자켓 내부 디자인도 음악의 완벽성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웃음이 조금 나왔다.
학창 시절 아껴 아껴 조심스레 한 장 한 장 모으던 음반.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 편리하게 느껴진다. 기스라도 날라 조심스레 사카이 노리코의 얼굴이 새겨진 시디의 먼지를 털어내던 그 시절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그 시절이 아주 조금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