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하루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주말이 찾아온다. 네 시간이 넘는 출퇴근으로 늦잠이라도 자야 하건만 재깍 눈이 떠진다. 느긋이 쉬고 싶지만 정신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잡무를 처리하다가 진이 빠지는가 하면, 읽고 싶은 책도 없어지고 보고 싶은 사람도 볼 수 없게 되어 묘한 짜증을 죄 없는 가족에게 나즈막히 드러내기도 한다. 찾아오는 주말 만큼 후회도 어김없다.
그렇게 몇 시간인가를 보내고 나면 내 의사와 관계 없이 저무는 하루는 먼 곳의 일이 된다. 그럼에도 암흑으로 물든 유리창이 나를 안타깝고 가슴 휑하게 하는 이유는 표현하기에는 벅찬 그리움과 천천히 젖어오는 육체적 피로 때문이리라.
가끔은 성공, 유명세, 돈, 시간 같은 말이 존재하기는 했었냐는 듯한 삶을 살고 싶다. 모든 것을 잊고 조용한 속삭임과 한적함을 즐길수만 있다면. 하지만 결말은 항상 같다. 인파 속으로 사라져가는 뒷모습마냥 한동안 머물던 낙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유용하게 쓰이고 나면 잊혀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