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Complete

요 며칠 사이 아주 열심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MilkBox의 코드들도 개선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오랜만에, 어쩌면 나는 정말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나의 넘치는 열정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미친듯이 프로그래밍에 빠져 있다 보면 타인들과의 관계에 소홀해지곤 한다.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깔끔하고 쓰기 좋게 만들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보니, 다른 사람의 일들은 전혀 안중에 없는 것이다. 뿌듯한 프로그래밍을 하고 나서 홀로 거리를 거니는 여유를 가질 때면, ‘혼자여도 이렇게 외롭지 않을 때가 있구나’ 하는 생각과, ‘xx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한 다. 가끔은 결혼을 하면 이렇게 즐겁게 프로그래밍을 충분히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느낀다. 이래서 결혼은 30대에 가서야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인지도.

그렇기에 나를 이 시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 괴로운 일을 겪고 있는 친구, 모두에게 조금은 용서를 구하고 싶다.

아~ 피곤해 -_-;

Imai Miki – ドライブにつれてって

특별한 일도 없이 머릿속이 텅 비어버릴 정도로 피곤했던 하루다.

집에 와 보니 클래식 기타 현 세트와 코트 조율기, 그리고 컴퓨터 책이 택배로 도착해 있다. 그중에서도 현 세트와 조율기는 부피가 주먹 두 개도 안되는데 택배 상자는 내 다리만한 것이 참 우스웠다. 어쩌면 나 자신도 그렇게 큰 상자 속에 콩알만한 심장을 가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노래를 들을 때면 한 순간이나마 지녔던 꺼림직하고 지친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희망이라는 두 글 자를 이곳 저곳에 아로새기고 있는 내 자신을 볼 때면, 내가 자신을 삶을 얼마나 단순화시키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이 하는 고민을 내가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단순해서가 아닐까나. 하는 걱정이라곤 그저 퇴직하면 제 2의 직업으로는 무엇이 어울릴까 하는 것 정도.

그렇지만 삶을 단순하게 유지시키는 능력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캄의 면도날 같은 단순함의 미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한다. 재귀 적 약어처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오묘함도 단순함 안에는 숨겨져 있다. 🙂

GO!

Norah Jones – Don’t know why

내 삶이 지치고 힘들다고 느낄때야말로, 최고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상처라면 상처대로 즐겁다.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쓰 고 보니 유치한 상업주의 애니메이션의 청소년들을 현혹하는 대사같다. (웃음)

비밀 이야기.

Port of Notes – Sailing to your love

나의 삶 중에 타인이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아니, 어쩌면 질문 자체가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란 존재는 타인의 여기 저기로 이루어진 건지도 모르니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말투를 따라하고, 상대방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를 내 것으로 하는 것은 싫 다.

누군가를 보고 만남으로써 그 사람에게서 애정을 느낀다. 단지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을 느끼는가, 혹시 누구라도 좋은 것은 아닐 까, 아니 어쩌면… 사랑조차도 유도된 욕구가 아닐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은데, 나는 왜 제대로 당당히 말할 수 없을까? 어쩌면 지금의 나는 말하기도 전에 관계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근본부터 다른 녀석이 되어 있는지도.

나의 새로운 모습.

기분이 우울했다. 기타 교본을 사러 나갈까 하다가 계획을 바꿔 종종 생각했던 스트레이트를 했다. 거의 10만 원이나 들여서 했는데 마음에 든다. 다들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준다. 그것이 즐겁기도, 이상하기도 하다. 조금은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여자들이 헤어진 뒤 머리를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대 근처의 준오 헤어는 건물의 두 층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컸다. 참 생소한 분위기였지만, 내 머리를 관리해 주신 분이 친절하셔서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타인으로부터의 우호스러운 감정이다. 하긴, 그 동안 두 사람으로서만의 시간이 참 길었으니까.

예전에는 익숙했던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것에 익숙해 졌다가는 또 어느 날이 되면 다른 것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익숙함이란 어쩌면 본질적으로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 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 세계에서 미쳐나가지 않는 것이리라.

버스 차창.

소녀는 그렇게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오늘이나 더 오래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후회일까.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다짐일까.

버스의 차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잔영의 연속을 바라보며 평소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할 수 있다. 주먹을 꼭 쥐고 후회라던가 다짐이라던가 따위를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잘 모르는 거리와 그 거리 위의 사람들을 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을 아련하게 놓아주는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오늘은 그렇게 하염없이 주먹을 꼭 쥐고 아련함에 취하고 싶다.

상대적인 시간의 흐름이 주는 불안감.

나의 시간이 빨리 흐르고 있다. 나름대로 좋은 일들로 가득찬 하루하루이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일은 진도가 전혀 나가질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큰일날 것 같은데… 내일부터는 긴장해야 겠다. 지난주에도 거의 코딩을 못해서 프로젝트 진척도가 낮았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매우 위험하다.

요 며칠 새 메일링 리스트에 들어온 정보들을 훑어보고 있자니, 나의 시간은 이리도 빨리 흐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간들은 나 보다 천천히 흐르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은 정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일까 하는 항상 드는 의구심 뿐만 아니라 나에게 지체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 그러니까 음악 게임의 쉴새없이 떨어지는 바(bar)들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고가 되는 것을 위한 희생의 가치가 존재할까? 최고만큼 공허한 단어는 또 없으리라. 우리는 자신들의 삶이 가치를 갖도록 하기 위해 목표를 만든다. 목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최고에 대한 알 수 없는 경외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의 공허함을 알면서도 갖 고 있는 경외감이란 우리의 삶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좋은 도구인 듯 하다.

뭐, 삶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게 감출만한 일이겠냐만은. 그래도 그 겉 껍질이 낳은 자기 삶에 대한 헌신은 위대하다.

즐거운 회사의 요건.

요즘에는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떨어졌는지, 자꾸 놀고만 싶어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놀고 싶은 마음이 얄미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면 그 일은 바로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틀림없는데 말이다.

내일은 정보처리 기사 시험인데 별다른 공부를 하지 못했다. 내일 아침에 학교에 가서 기출문제를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 회사일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아무래도 학교 일도 있고 하다 보니 평일에는 전혀 일을 진행하지를 못했으니. 개강하기 전에 회사 일이 마무리 되고 예정대로 편안한 학교 생활과 함께 여유있게 자기 계발에 투자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던 이번 학기가 이렇게 멍청하게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 자신의 마음은 아주 짜증난다.

역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어렵다. 차라리 그냥 학교만 다니거나 회사일만 하거나 하면 힘든 일이 없다. 특히 지금 회사는 내가 학교 다니는데도 회의라던가 메신저로 하지도 않고, 특별히 커뮤니티처럼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수시로 토의를 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사실 회사 자체에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부서에서 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업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작업 시간대도 다르니 문제는 더더욱 심하다. 재택근무를 위한 통제와 협업 기반이 없는 상태에다가 프 로젝트 데드라인은 무의미하게 압박해 오고 있으니, 왠지 프로젝트의 실패를 나 스스로 예측하게 되곤 한다.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갈지는 나도 모르겠다. 회사의 존폐란 것은 영업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결국 영업력을 받쳐주기 위한 기술 부문의 역동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과는 둘 중의 하나 아닐까: 인력이 혹사당하거나 불필요하게 조직이 비대해지거나. 기존의 ‘잘 돌아가니까 가만히 놔두는’ 식의 시스템은 결국 지친 사원들을 떠나게 한다. 자기가 만든 시스템을 자기가 싫어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 불쌍한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업이야말로 우리가 일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기업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