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두려운 모습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와 눈과 눈을 마주하고 대하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아주 오랜만에 어떤 사람을 단 둘이 만날 때,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사실은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 때 나는 그런 두려움을 느낀다. 막상 만나도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그 사람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이야기가 전혀 이어지지 않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막상 만나게 되면 현실 감각을 되찾고 조심스럽게 일반적인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을 나를 보면 참 우습다는 생각도 든다. 걱정이 걱정을 낳는 셈이다.

gleamynode.net 과 근심의 토로

내 마음속의 근심과 고민을 간직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아가지 않으면 안될 때가 있다. 스스로 극복하여 자신을 다시 궤도로 올려놓는 것 만큼 쉽지 않으면서도 결국 그 모든 일을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해 내야 하는 일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공간은 그런 나의 마음 속 근심과 생각들을 숨김 없이 정리하여 항상 명심하도록 새겨 놓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 곳의 이름은 먼 곳에서 바라보았을 때 희미하게 빛나지만 그 깊은 곳에서 새 나오는 내 정신의 모든 것을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gleamy+node’ 로 이름지어졌다. (물론 그 밖에도 기쁨, 슬픔, 성공, 좌절,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앞으로도 잘 풀리지 않는 일들을 적어 내려가는 일이 많을 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글들이 자신을 변명하거나 타인에게 위로받기 위한 푸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결국 그들은 내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야 할 ‘할 일 목록 (To-do list)’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맞추기 힘든 퍼즐이 그 보상도 크듯, 마음의 고민들도 결국에는 더 멋진 비젼을 보여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근심을 앞에 두고도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만큼 힘들거나 우울해 하지 않으련다.

TDD 를 처음 해 보다.

그 유명한 Kent Beck 의 테스트 주도 개발을 며칠 전에 다 읽었습니다. 김창준씨의 번역이 매우 훌륭하고, 내용 자체도 상당히 유머러스 하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피보나치 수열 예제는 인상적이었고, 이런 훌륭한 책이 메일링 리스트와 위키를 통한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xUnit 을 TDD 로 작성하는 부분은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했지만 바로 TDD 를 적용해 보고 싶은 저로서는 뭐랄까, 약간 지적인 장난 같아서 좀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TDD 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게 읽어내려갔을 대목이지만, TDD 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가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흥미롭긴 하지만 유용해 보이지는 않은 주제였습니다. (물론 그것이 실제로 유용한지 그렇지 않은지와는 관계 없이.)

어쨌든 하루 작업분을 전부 TDD 로 해 보았습니다. properties 파일로부터 기본적인 설정을 읽어들인 후, 각각의 서브시스템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퍼티들을 생성하는 모듈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성해야 할 프로퍼티의 수가 매우 많고 사용자가 디폴트 프로퍼티를 오버라이드 할 수 있는 경우와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상당히 복잡했음에도 불구하고, TDD 를 사용하니 확신을 갖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프로그래밍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TDD 는 확실히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효과와 스트레스의 경감을 보여줍니다. 비록 익숙치 않아 개발하는게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TDD 를 시도하며 익숙해 지려고 노력해 보아야 겠네요.

Fasten Your Seat Belt!

지난주부터 병원 들락 날락하고 (다행이도 가벼운 위염이었다) 일에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토요일이다.

생활비 통장은 오랜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다음 월급은 다음주다. 돈이라는 것을 받고 일을 한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내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은 전부 다 해 700만원이 조금 넘을 뿐이다.

일은 많은데 쉬고 싶을 때가 많다.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몇 줄 안되는 코딩을 하고, 하루가 저물 무렵이 되면 하염없이 헤이해진 정신으로 휴식을 취한다. 이도 저도 되지 않을 때에는 버스에 올라 책을 읽는다. 그리고는 근처 스타벅스나 TTL 존에 들어가 노트북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일하는데 들이는 절대적인 시간은 반으로 줄어들어버린다.

무언가 늘어진, 어떻게 보면 어린 아이같은 인생을 사는 기분이 강하게 드는 지금, 나는 1980년 10월 15일생 한국식 나이 26세의 개발자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ASF 의 커미터라거나 오픈 소스 재택 근무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나 자신에게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는다.

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그것을 찾는 방법은 어쩌면 꾸준히 노력하고 열심히 방황하는 것, 그것 뿐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에 대한 공포

복막염으로 입원하고 2개월 간의 치료를 받는 지도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죽고 싶을 정도의 고통, 그리고 살아 있음에 대한 희열. 태어나서 처음으로 문병이라는 것도 받아 보고,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일체의 식사 없이 링겔에만 의존하여 지냈었다. 체중은 9kg 이 줄었다. 어쩌면 지옥일 수도 있고, 아니면 불새가 잿더미에서 다시 빛을 발할 준비를 하는 순간이었을 수도 있으리라.

치료가 끝난지 오래지만 아직도 과식을 하면 소화 불량에 걸리거나 수술 부위가 아파 와 그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면 정말 막막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어느날 갑자기 내 영혼이라는 것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나는 그 두려움이 찾아 올때면 무언가에 열중한다.

그것이 연애이든 일이든… 그들은 나의 불안감을 떨치고 나에게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 준다.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하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 적혀내려갔으면 하는 이력서.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순간이라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술 뒤 급격히 저하된 체력과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성격으로 몸이 약해진 것을 느낀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피트니스 클럽도 다니고 있지만 언제쯤 그나마 예전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가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그 걱정은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로 바뀌기도 하여 마음이 착찹하다. 건강을 생각해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지만 지인과의 약속과 책임감으로 그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오늘은 업도미널 – 앉아서 윗몸 일으키기를 할 수 있는 운동 기구 – 을 하다가 수술 부위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운동할 때는 그 일을 잊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 배를 만져 보고 복막염이 있던 그 날처럼 배가 뜨거워진 것을 알고 온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메스꺼운 기분도 들고 가벼운 통증도 느꼈다.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정말로 고통이 찾아왔던 그 날도 이런 공포는 느끼지 못했다. 그때 느낀 고통과 병원에서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에, 다가올 지도 모르는 미래를 알고 있기에 나는 정말 무서웠다. 겪는 그 순간은 공포를 잊을 만큼의 고통으로 어떻게든 시간이 흘러가기에, 차라리 아픈 거라면 어서 아파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 정도의 공포.

내 나름대로 상황을 판단해 보려고 했지만, 운동을 막 마치고 집에 온 차라 근육이 회복하느라 열을 많이 발산하고 있었다. 더군다가 심리적 긴장으로 몸이 통증에 민감해져, 지금 느끼는 아픔이 정말 심한 아픔인지도 모르게 되어버렸다. 메스꺼움이 느껴졌지만 지나친 긴장 때문인지도 몰랐다.

섣불리 부모님을 깨워 응급실에 가기가 망설여져서 잠시 기다리기로 한 것이 벌써 새벽 세 시가 넘었다. 천공이 되었으면 방귀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이 사실에 조금은 안도했는지 메스꺼움은 덜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재채기를 하고 코를 풀 때면 조심스러움과 긴장이 앞선다.

이렇게 스스로 안심하고서도 잠을 자다가 믿을 수 없는 통증에 잠을 깨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든다. 그래도 나는 나에게 있을지 모를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고,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는 꿈을 즐겨야 한다.

정리의 본질

가끔씩 땀을 흘려가면서 정리를 하고 나면 흐트러짐 없이 깔끔해진 방을 보고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헝클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 정리란 무엇인가를 깨끗하고 정돈되 보이게 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는 자가 그의 활동을 최대한 효울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된 물건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고, 자주 쓰는 물건을 손에 잘 닿을 수 있는 곳으로 재배치하며, 한편으로는 쓸모 없어진 것을 버려 공간을 최적화하는 행위가 바로 정리의 본질이다.

깨끗하게 만들어 홀가분하고 남에게 보여주어 기쁜 공간보다는 나에게 편리한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게 정리 아닐까?

생활 패턴 바꾸기

얼마 전부터 생활 패턴을 바꿔 1시 취침 8시 기상하여 6시까지 일하고 저녁식사 후 운동을 해 오고 있다. 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지 못했기에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속상했는데, 그나마 좀 나아진 듯 싶다. 하지만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다. 7시 기상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해서 견뎌낼 자신은 없다.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게 되었을까. 부끄럽지만 인터넷 공유기의 사용 제한 설정을 이용했다. 0시 30분 이후부터 6시 30분까지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하도록 설정한 것이다. 덕택에 컴퓨터로 별 볼일이 없으면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1시 경에 잠이 들게 된다. 어쨌든 효과 만점이니까, 혹시 잠 못 이루는 자가 있다면 한 번 실행해 볼 만 할 듯 하다.

좀 더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생활을 하려고 애쓰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쉽게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힘들 때가 많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잘 해내야만 한다.

ATH-EW9 구입

금요일에 그만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EX-70 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밖에서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었었다. 2년여의 시간을 함께하던 이어폰인지라 애석한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전부터 새 이어폰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집에 도착하자 마자 이어폰을 살펴보았다.

그리 하여 결국 구입한 것이 사진의 AudioTechnica ATH-EW9. 이어폰월드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해 청음한 ATH-EM7 만으로도 EX-70 을 충분히 능가하고 있었지만 약간 부족함이 느껴져 결국 상위 모델을 구입하게 되었다.

비록 EM7 을 청음하여 만족한 뒤 더 상위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청음을 하지 못하고 구입하는 것이라 가게를 나서면서 걱정이 되었다. 지난번 UM1 처럼 몇 시간도 못 듣고 팔아버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묘한 불안감을 안고 귀에 걸친 이 조그마한 이어폰은 내가 들어 본 이어폰 중에서 가장 해상도가 높았다. 음색은 여성 보컬이 강조된 것을 제외하고는 균형잡혀 있는 느낌. 저음은 아주 적당하지만 버스 안에서는 엔진음에 묻히기 때문에 시끄러운 곳에서는 감상이 힘들 것 같다. 커널형에 비해 공간감은 비할 데 없이 우수하다.

EM9 도 한 번 같이 들어 보고 비교하여 샀다면 더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지만, 지금도 만족스러우니 다음 기회에!

누군가와 멀어져간다는 것

오랜만에 메신저로 말을 건넨 그 친구는 이제 나와는 다른 길을 향해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 사이의 끈이란 천천히 희미해져 결국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하긴, 아주 오랜만의 대화이기에 시간과 서로의 소홀함이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한 바퀴 일 년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 와도 아무 일 도 없었던 것처럼, 언제나처럼 나를 집에 초대해 줄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 하루를 만나도 그런 편안한 친구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 조금은 나를 외롭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