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실

오프라인상 처음으로 은실이를 만났다. 서로의 얼굴을 알고 있어서 순식간에 서로를 알아보고 웃을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냥 기뻤다. 만날 때마다 반가운 사람이 한 명 더 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대로 ‘Cats & Dogs’를 예매했다. 그런데 어제 확인했던 영화 시간표와 오늘 것이 달라져 버려서 영화 보기까지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게 되어버렸다. 사실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얼마 안가서 카페 ‘aroma’에서 비오는 창밖을 쳐다보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를 볼 수 있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어느덧 4시 42분이 되어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중간중간 유치하거나 틀에 박힌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개와 고양이들이 첨단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정말 기발하고 유머러스했다. 이번 주에는 참 보고 싶은 영화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 중에 하나를 채웠으니이제 세 편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났다. 전에 받은 심야영화 할인표를 이용해서 한방에 다 보는 건 어떨까 ㅡㅡ;

한바탕 웃은 뒤에는 ‘소렌토’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치킨 도리아, 그녀는 내가 추천한 버섯도리아. 난 오랜만에 밥맛이 좋아서 맛있게 먹었는데, 내가 추천한 버섯도리아가 어땠으려나 모르겠다. 또 꽤나 이야기를 하다가,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자리를 비워 주었다. 밖에 나왔을 때는 비가 그쳐 있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어서 둘다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랜만에 겪는 행복감이라고 할까..? 정말 처음 만난 사람과 이렇게 친근한 기분에 들려 있다는게 신기하면서도 그것 마저도 기분좋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맥도널드 앞에서 한참인가 이야기하다가 헤어졌다. 사실 밖에 나왔을 때는 8 시 밖에 되지 않아서 더 놀고 싶었는데, 왠지 뭔가 시도할 것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랬다. 앞으로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회하지 않을 만남을 했던 하루…


그녀의 목소리는 상냥하다와 차분하다의 중간. 세상 사람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다. 자기와 똑같은 목소리를 누군가가 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목소리는 ‘자기 자신의 이미지로서의 목소리’ 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시종일관 미소를 띈 (어쩌면 띈 것 같은인지도 모르겠지만) 얼굴도 보기 좋았다. 또 나처럼 손이 작은 것도 좋았다. 자신과 똑같은 누군가가 있는 것은 싫지만 자기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구석이 있는 사람은 좋은가 보다. 오늘 내 마음에 또 하나의 실을 이은 것이 자랑스럽다.. 대상이 좋은 사람이어서.

Billiard's Day

케이 씨와 1시 반에 언어 교환 약속이 있었는데, 어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네시에 자는 바람에 12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어영 부영 씻고 하다 보니 1시 반이 넘어서야 출발하게 되었다. 너무 늦어서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계속 통화중이어서 연락을 하지를 못했다. 버스를 탈 때 쯤 전화가 왔는데 오늘은 내가 너무 늦어서 못 만날 것 같고, 이번주는 여자친구가 일본에서 오기 때문에 바쁘니까 다음주에 만나는게 어떻겠냐고 한다. 그래서 케이 씨와는 2 주 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어 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있고 언어 교환도 제대로 안하고 있는데다가, SCJP 자격증은 아직 준비도 다 안끝났고… 방학 초에 세운 계획이 조금 어긋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뭔가 해 보고 싶은데 왜 이렇게 마음이 닫히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가요를 보면 ‘문을 연다’ 라는 가사자 자주 나온다. 자기 마음의 문을 연다 하는 뜻인데, 나에게는 그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부터 꽤나 인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빛이 새어나오는 내 마음의 틈새를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개방 · 각성시킴으로서 그 빛을 마음껏 뿜어내는 것을 상상하곤 한다.

연정이랑 정훈이랑 오늘 당구를 치면 어떨까 했지만 다들 반응이 시원치가 않아 학교에서 쉬고 있었는데 호석형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서 4 시 쯤부터 당구를 쳤다. 2 시간 반 쯤 4구 당구를 치고, 저녁을 먹고 8볼을 2 시간 쯤 쳤다. 오랜만에 정말 오랫동안 친 게임이었다. 포켓볼은 컴퓨터로 연습한 것 만큼도잘 되지 않아서 조금 속상하긴 했지만 재미가 있었기에 앞으로도 계속 연습할 생각이다. 앞으로 1971 사람들도 자주 자주 만나야 할 텐데, 모임이 조금 침체되어 있어서 걱정스럽다. 환선형이 9박 10일 휴가를 나왔던데 번개라도 나가봐야 겠다.

PS: 포켓볼 너무 재미있어요 ㅠ.ㅠ

선물

밤새 그리고 낮 내내 비가 많이 내렸다. 평상시와는 달리 일어났을 때 날이 어두워서 비가 온다는 것이 상쾌하면서도 조금은 위압적인 기분으로 다가왔다. 밖에 나가서 무엇을 하기에는 조금 안좋은 분위기여서 집에서 쉬었다. 오후에는 선미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종종 오는 메시지가 무엇때문인지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가 손을 뻗어서 닿을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딴세상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종종 든다. 아련하지만 대단한 기억을 떠올린다. . .

몇주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간만에 머리를 깎았다. 다시 짧고 깔끔해진 내 머리를 거울로 본다. 내 머리가 어깨까지 닿는다면 어떨까. 금발로 만들어서 말총머리로 묶으면 어떨까. 나에게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정말 머리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결국엔 해 보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는 것은 어쩌면 무위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사이트를 업데이트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그들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느낌과 기억들을 위주로 적어 보았다. 사실 사카이 노리코 씨를 제외하고는 그들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정말 거의 없다. 그래도 그 아티스트들을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음악은 너무나 아름답다. 특히 그 안의 목소리는 더 아름답다. 음악은 목소리로 완성된다… 정말 그렇게 느낀다. 절실히 느낀다. 가장 원시적인 악기이면서도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유일무이한 악기를 나는 이 우주만큼 사랑한다.

다시 비가 쏴아- 쏟아지더니 금방 멈춰 버린다. 꼭 나 같다.

I wanna see you again…

테크노비전에 갔다가 회의할 사람이 없어서 거의 한 일 없이 네 시까지 있다가 왔다. 오는 길에 Final Fantasy 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날씨가 더워서 땀을 많이 흘려서 집에 일찍 들어왔다. 내일 누군가 불러내서 보고싶다!!! ㅡㅡ;

집에서는 MilkBox 의 DTD 를 만들었다. IE 5 로 테스트를 대충 해 보았는데 그럭저럭 작동은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시 Microsoft 의 제품들은 신뢰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내일은 Xerces 로 다시 테스트해 봐야 겠다. 진척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는데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역시 실제로 구현할 때 생기는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게 경험이고 또 다음 설계에서는 그런 것들을 미리 설계에 포함할 수 있어야 할텐데.

오랜만에 지현씨와 say를 했다. 다음주 내내 청주에서 어머님이 운영하시는 약국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고 한다. 만나서 놀고 싶었는데 정말 많이 아쉽지만.. 더 나중에 만나면 그만큼 더 기쁠 거라고 생각하며 종종 그녀를 가슴속에 떠올려야지. 그러고 보니 보고 싶은 사람이 참 많다. 재헌이도 본 지 오래 되었고, 종강해서 현준이도 보기 힘들고… 아이스크림 같이 먹기로 한 유정이도 보고 싶고, 월요일날 만날 정훈이랑 연정이랑(연정이는 어째 달구라는 별명이 더 자연스럽다)도 보고 싶고. 선미도 보고 싶고. 또 많겠지? 내 추억 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뭉뚱그려서 떠올린다.

Deep Water

고교 시절 너무나 사고 싶었던, 그런데도 이상하게 시디를 집어들지 못했던 Jewel 의 앨범을 샀다. 너무나도 유명한 데뷔앨범을 살까 하다가는 자켓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 ‘SPIRIT’ 이라는 다른 앨범을 샀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케이스를 열어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씨디를 고정시켜주는 부분이 거의 다 이빠진 것 처럼 부러져 있었다. 정말인지 대형 매장의 시디 다루는 솜씨는 쓰레기만도 못한 재활용불능 그 자체였다. 그래도 자세한 아티스트 소개와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켓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차분해졌다. 이럴때면 CDP 가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마도 선물로 받거나 하지 않으면 절대로 갖게 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씨디를 틀어 보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와 강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3년 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왔다는 듯이 멈출줄 모르는 목소리가 이리도 감격스럽다. 한 번 듣고는 씨디가 상하지 않도록 MP3 로 백업을 해서 계속 들었다. 그러다가는 눈이 피곤해서 누워 있다가 잠이 들어 깨어났는데, 저녁에 잠이 깼을 때의 후덥지근한 기분 대신 상쾌한 기분이 음악과 함께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한동안 그녀의 음악만 듣게 될 것 같다.


나는 Role Playing Game 을 싫어한다. Adventure Game 은 좋아한다. 특히 Level을 올리기 위해 쓸데없이 싸움 열심히 하고, 아이템을 눈에 불켜고 찾아헤매는 것이 너무 싫다. 거기다가 직선적 스토리까지 가지고 있다면 완전히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Adventure Game 의 경우에는 스토리는 대부분 직선적인 반면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플레이어의 충분한 생각 끝에 결정되고, 스토리가 영화처럼 매력적이다. RPG가 가진 전투와 경험치라는 틀은 오히려 게임을 식상하게 빠뜨린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스토리적 제약도 상당하다. 그래서… 난 Diablo 가 싫다. 멀티플레이좀 하지 말자… 최송보스도 죽였잖아. 아주 미치겠어.

PS: Jewel의 공식 홈페이지는 http://www.jeweljk.com/.

9 Ball Syndrome

아침에 학교 와서 하루 종일 나인볼 치고 밥먹은 일 외에는 한 일이 거의 없는 하루였다. 사실 저녁 먹고 회사일을 하기는 했지만 30분만에 싱겁게 끝나버려서 한마디로 당구의 날로 도배한 하루. 나인볼의 매력에 쏙 빠져버렸다. 여건이 되면 당구대라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

쉬고 있는 데 지현이에게 ICQ 메시지가 왔다.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려움도 이야기하고…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내 주어서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오히려 요즘에는 내가 너무 다른 일에 푹 빠져서 말도 걸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하게 느껴졌다.

당구만 쳤으니 뭐 하나 길게 쓸 말이 없다. 내일부터는 공부도 계속 하고 책도 계속 읽어야 겠다. 정말 여러 가지 할 일이 많다. 힘내야지.

I Love Billiard

라이코스 무선 사이트 만든 부분을 점검하다가 어쩌다 보니 라이코스 게임 리부를 보게 되었다. 제일 앞에 대문짝만에게 나온 기사는 “Virtual Pool 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인 당구를 주제로 한 게임이 얼마 전에 출시된 것이 마냥 신기했다. 자세히 알아 보니 “쟈넷 리”가 게임 제작에 참여한 featuring game이었다. 사실 쟈넷 리나 포켓 볼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게임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쟈넷 리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서는 상당히 끌리고 말았다. 13세 때 척추에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한 뒤에 위험을 무릅쓰고 당구를 시작해서 순식간에 정상에 선 인간 드라마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거기다가 이 게임에는 그녀의 당구 강습 비디오가 들어있다! (사실 나중에 알았지만 나도 왠만큼 아는 내용들 뿐이었다 -_-;)

게임을 사기로 결정하고는 파파이스에서 점심을 때웠다. 2 층의 창가에 앉아서 먹었는데 2층이라서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마치 바로 내 밑에 부하라도 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변에 있는 사람 둘은 책을 읽고 있다. 나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 볼까 했지만 그럴만큼 독서욕이 생기지를 않아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조금 감상하다가는 용산으로 출발했다.

Virtual Pool 3 패키지 표지에는 자넷 리의 날카로운 사진이 실려 있었다. 왠지 좀 쪽팔리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게 패키지를 집어서 싸들고 왔다. 버스 안에서 매뉴얼을 읽어 보았는데, 지원되는 당구 룰들에 대한 설명이 전부 되 있어서 꽤 좋았다.

집에 와서는 거의 당구만 친 듯 하다. Practice 만 계속 하다가 컴츄터랑 토너먼트도 해 보고, 하다가 예선탈락 계속해서 쟈넷 리에게 쿠사리먹는 동영상도 몇 번 보고, 결국 우승하고 인터넷으로 영국, 잉글랜드, 대만, 미국 사람들과도 해 보고 이제 한게임당구는 좀처럼 할 이유가 없어진 듯 하다.

누구 나랑 당구치실 분 ㅡㅡa?

Firestorm

저녁 식사를 하는데 엄마가 말을 꺼냈다. 예전에 너랑 고등학교 졸업할 때 사진 같이 찍은 애 있지… 그애 엄마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아들 뭐하냐고 물으니까 옛날에 과외를 하려고 하는데 대학이 후지다고 퇴짜를 맞고 충격을 받고 재수를 해서 단국대에 들어가서 요즘 과외를 하는데 40만원씩 5탕을 뛰어서 한달에 200만원이나 번대…

“그래서요?”

아니 그냥 그렇다고… 그리고 계속되는 돈 이야기. 도대체 과외해서 버는 돈이 그렇게 부럽단 말인가! 난 그가 졸업하고 나서 뭐가 될 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괜히 짜증이 난다. 나는 졸업하고 나면 월 200 가지고는 콧방귀도 안뀔텐데. 내가 갖고 또한 남들과 공유하게 될 지식과 자아의 일부는 돈과는 무관하게 나를 행복하게 해 줄 텐데. 어째서 내가 지금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곧 라이코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 것 같다. 이번엔 지난 번에 한 일 보다 훨씬 스케일도 크고 기술적으로도 도전적인 일이다. 이 일을 마쳤을 때 쯤이면 나에게 돌아올 지적, 금전적 보상이 나를 들떠오르게 한다. 아름다운 여성에게 이끌릴 때의 환희와는 비교도 안되는 카타르시스가 내 목을 가늘게 떨리운다.

덕분에 친구들과 제주도 엠티는 가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정말 가고 싶었는데… 아쉬워도 어쩔 수 없잖아 하고 넘기려 한다.


MilkBox is a generic, XML-based class testing tool. MilkBox reads a testcase XML file and generates a source code modified from the test target, run & test it, and report the result. To ease the creation of testcase XML files, comprehensive GUI tool will be provided.

꼭 완성하고 싶다. 남의 도움을 받아서 프로젝트를 설립한 셈이니까 신세진 만큼 잘하고 싶다. 보수를 받지 않고서도 좋은 것을 만들 때의 희열을 잘 알기에 놓칠 수 없다고 다짐한다.

PS: 혹시 같이 참여하실 의향이 있는 분은 메일 부탁드립니다. 플랫폼은 JAVA.

Rainy Beach

디아블로를 하고 나면 일기에 뭘 써야 할 지 잘 생각이 안난다. 게임마저 이렇게 집중해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라이코스 아르바이트 payment 는 사원들 월급 지급때 일괄 지급된단다. 결국 지금은 매우 빈궁한 상태. 오늘 밥값 1500원이 없어서 친구에게 꿨다. 그래도 그 외에 모든 일에 있어서 소비를 하지 않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생각했다. 결국 음료루 한 캔을 마시고 안마시고가 다른 요소에 큰 영향을 눈꼽만치고 주지 못한다는 것… 오늘만은 뭔가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현준이는 사귄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깨질 생각을 한다. 난 그런 짧은 사귐이 정말 정말 싫다. 정말 경험도 없으면서 이말 저말 많이도 하는 구나. 그냥 비오는 해변의 흔들의자에 누워서 쉬고 싶구나.

I'm a Flower

내 위에 덮인 얇은 이불 한장마저 내 땀을 짜낸다. 땀범벅이 되서 일어난 11시의 하늘은 비가 오리라는 것을 확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 나가고 싶지만 어제 엄마가 누나네랑 같이 무얼 먹는다고 해서 나갈 수가 없다. 아침부터 컴퓨터를 켜고 Emacs 에 대해 연구한다. 한글이 나오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한글이 나온 뒤에는 unicode 로 문서를 편집하려고 기를 쓴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는 않고, 짜증과 부아만 늘어간다. 결국 Emacs 를 내가 원하는 대로 쓰기는 무리라고 결론지어 버린다. 몇 개 인가 외웠던 Emacs 전용 단축키 중 또 몇 개가 내 기억에서 잊혀진다. 오늘도 내 기억은 줄어드는구나. 내 인생이 제로가 되지 않도록 해야지.

저녁에는 족발을 먹었다. 토마토 쥬스와 먹는 족발 맛은 조금 느끼하긴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먹고서는 당구 게임을 꽤나 하다가 트레드밀을 하고… 샤워를 마치고 무상의 하루를 접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젠장.


어제부터 지금까지 내 쌍커풀이 사라진 상태로 있었다. 짝 쌍커풀을 가진 사람은 바람둥이라던데, 난 이제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나. 아니 난 바람둥이도 아니잖아. 다만 아는 사람이 조금 있을 뿐인데. 남들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나쁜 버릇이라고 단정지어 버리자.

인생의 불공평함에 대해 논한다. 전부 부질없는 짓이다. 내가 잃은 만큼 얻은 것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찔러 본다. 슬프지만 나는 어느 한 쪽을 버리고 내게 부족한 것을 얻어낼 만큼 용기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단비를 기다리는 길가의 꽃처럼 난 그냥 제자리에 서 있다. 자신이 흘린 눈물이 결국 자신을 탈수시킬 것을 알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