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야화

– 어제 보통과 같은 하루였다. 다만 수업시간에 진도를 따라가려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교재를 못 가져간 생물은 쉬는 시간마다 했다. 그 외엔 정말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던 오늘은 나에게 새로운 바리에이션을 요구했다.

재헌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휴학한 친구 경민이가 곧 군대를 간다고 해서 같이 밤새도록 술마시고 놀기로 했다는 것… 음 밤을 새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술 좀 마시고..(흑주? 라는 곡주를 마셨는제 11도에다가 참 맛있었다) 게임방에서 밤새도록 스타크래프트와 포트리스를 했다… 이대로 밤을 새 버리면 죽어버릴 것 같은 신체적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새벅 5시… 역시 매사는 우리의 정신적 능력에 좌우된다는 것을 재확인.

내 주위엔 유난히도 신검에서 5급이나 4급을 받은 사람도 많고, 병역 특례 업체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은 생소한 모임이었지만, 나름대로 여러 친구들이 다 같이 모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경민이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 오늘6시에 집에 도착해서 쓰러져 자고 일어나 보니 12시… 호석형이 오늘 영화 보여주기로 했는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호석형이 보여주기로 약속도 했고, 또 약속을 깨면 안될 것 같아서 갈 수 있을 것 같기고 하고 해서 서둘러서 메가박스에 갔다. 휴~ 다행이도 다른 영화 트레일러를 하고 있네… 제 시간에 도착한 셈이 됐다. 본 영화는 ‘한니발’. 양들의 침묵 후속편 답게 엽기적인 장면이 꽤나 나오는 영화였다. 특히 마지막에 뇌를 먹는건 거의…; 그렇지만 난 한니발이 스탈링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한니발은 살인자이고, 스타링은 FBI Agent이기 때문에 한니발의 사랑은 그리도 뒤틀린건 아닌지… 물론 그의 이상한 성향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무언가 특별히 생각했고 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영화 다 보고 늙은 몸으로 같이 펌푸 한판 뛰고 호석형과 헤어졌다. 신촌으로 갔다. 왠지 가고 싶었다. 그냥 집에 가기엔 좀 쓸쓸했다구 해야 하나. 그래서 지현이에게 전철 안에서 문자를 쳤다. 그냥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음음 근데 정훈이랑 놀고 있네? 음 나는 안끼워주구~ 했지만 뭐 내가 끼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 -_-;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우린 결국 만났다. 지현, 정훈, 나는 셋이서 길을 거닐었다 (라기 보단 마구 방황했다.) 셋 다 어딜 가야 할 지를 몰라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만 하고… 영화(파이란), 노래방, 술집, 당구장 등의 후보 중에 술집이 뽑혀서 근처에 있는 FOR YOU(4U)라는 맥주 가게에 갔는데 분위기가 참 괜찮았다. 거기 가서 지현이랑 사진도 찍고 정훈이도 사진 찍어주고… 좋았다. 난 19xx Stout 란 맥주, 지현은 Leffe Blond, 정훈은 글쎄 기억이 안나는 맥주를 마셨다. 꽤 맛있었다. 난 처음 맛과 끝맛이 다른 걸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선 노래방에 가게 됐다. 음 난 정말 아는 노래가 별로 없는데… 무지 걱정을 했다. 다들 노래를 잘부르네..~ 특히 지현이 목소리는 너무 이쁘다. 성우해도 될 것 같아… 난 어제 담배 연기를 너무 많이 접해서 목이 아프고 피곤해서 맘대로 되지도 않고 가사도 생각이 안나서 노래를 잘 못불렀다. 아휴… 왜이렇게 못부르는 거야! 그리구 사진도 또 찍었다. 잘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난 밝은데서 안찍으면 너무 아저씨 처럼 사진이 나와서 좀 싫다. 음음 난 못생긴 걸까나? 난 못생긴게 정말 싫어. 그냥 싫어… 난 안 못생겼음 좋겠는데, 그걸 내가 결정할 수가 없구나. 그러고 보니 이쁜 지현은 왜 사진 찍는 걸 싫어할까나? 궁금 궁금…

노래방에서 주인아저씨가 계속 시간을 주고 또줘서 결국 12시 15분까지 노래를 불렀다. 내가 타고 가는 588-1 번 버스는 11시 40분에 이미 끊겼을 것 같고, 가망이 있는 588-2번 버스를 타기로 하고,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버스를 40분 쯤 기다렸는데 오질 않는다. 내 지갑엔 단 2000원… 어제도 집에 안들어왔는데 택시비 준비해달라고 집에 전화하기가 너무 어색하다. 지현이가 혹시 차 못타면 택시비 꿔줄테니 전화하라고 했지만 그것도 좀 미안하고… 결국 선배한테 11500원 꿔서 집에 오고 지금… 휴… 정말 숨가쁜 하루구나!


간신히 돈을 빌려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지현이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걱정어린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너무나 기분좋았고, 고마웠고, 그래서 말로는 표현못할만치 지현이가 좋았다.

생각해 보니, 20년이라는 세월을 살면서 그런 걱정어린 전화를 이제서야 처음 받아봤다니… 난 참 외로운 놈이었다는게 맞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이틀 간 일어난 세 번의 만남과 헤어짐. 우리 일생의 만남과 헤어짐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길 기도하며…

PS: 택시 안에서나 술집에서나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는데, 지금은 왜 잘 정리가 안되는지. 그만큼 지현의 전화는 나에게 깊은 인상이어서, 다른것들을 다 지워 버린 것 같다. 고마워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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