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일기를 자주 쓰고 싶지만 며칠 전에 나의 컴퓨터를 학교 컴퓨터실로 옮겼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은 학교고, 집에 가기 전에 잠시 여유를 내어 일기를 쓰고 있다. 김광민 4집의 ‘아버지’ 란 곡이 흐르고 있다.

전에는 잘 쓰지 않던 오디오를 이제는 자주 듣게 되었고, 밤이 되어도 초조히 자판을 두드리는 일은 없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첫번째로 앞에서 말했던 일기에 관한 문제가 있고, 두번째는 메신저로 누군가에게 나의 의문점에 대해 토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이 문제는 내가 컴퓨터를 학교에 갖다 놓고 집에서는 이론적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겨난 수학적 의문점을 해결하고 싶을 때 그것에 대해 즉석에서 문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큰 장애는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여유를 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심정적으로 애석한 것은, 내가 이렇게 메신저에도 없고, 일기도 자주 쓰지 않고 있는데 아무도 나의 안부를 전화나 e-mail 로 물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매우 자주 그들의 안부를 물어왔던 것 같은데, 그들은 아마도 그것을 나의 겉치레로 생각하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로 ‘어떻게 지내는가’ 에 대해 묻고 싶어하는데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몇몇 사람들에게서 설명받았다. 또 어쩌면 그들은 자기 자신의 삶에 좀 더 힘을 기울이고 있느라, 상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은 나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사실 나에게도 그런 위치의 사람들은 정말로 많고, 또 그 위계 질서는 시시각각 변한다. 어쨌든 인간관계란 정말 나에겐 크나큰 회의를 가져다 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오랜 시간 네트워크로부터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내 삶을 영위해 갈 것이다. 이것이 나 자신에게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의 본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내 사랑을 완전히 매듭지을 것이다.

나의 결정은 자주 획기적이고 말그대로 결정적이었다. 너무나 좋아한다고 잘도 말하던 김진주를 한 번의 결정으로 완전히 포기하고 절교했었다. 어느날 갑자기 모든 접속을 끊고 조용한 생활을 지냈고, 어느날 갑자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한 순간에 끝내버렸다. 결정 자체가 너무나 확실해서 그 뒤에 나는 그 결과에 무관히 어떤 희열을 느끼곤 한다.

지금은 사랑하던 누군가를 포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녀의 나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기민하게 판단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몇번이나 약속이 미루어지고, 원하는 날에 만나자 해도 웃고만 있고 대답한마디 없는 무신경함이 나를 극도로 우울하게 만든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을 나는 가장 싫어한다. 내가 누군가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그것을 완전히 끝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사랑은 나를 매우 자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뜨리는 것 같다. 서로에게 제어 가능한 공정한 상황이기를 항상 바랬는데, 그 점에 있어서 나는 매우 불운했던 것 같다.


유정아 보면 편지해줄래? 유클리드의 GCD 구하는 알고리즘의 증명에 궁금한 게 있거든. 알고리즘 증명의 핵심은 m 과 n 의 GCD 는 n 과 r 의 GCD 와 같다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한 책의 증명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보면 메일 주지 않을래?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