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과 경쟁에 관하여.

김진표 – 악으로

우리는 많이 뒤쳐진 상태다. 분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된다. 선배들이 가이드라인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선배들은? 잘 생각해 보면 가이드라인이란 것은 충분히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단순한 의지가 아닌 좀더 강화된 동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에, 그것은 협동인 것 같다. 그러나 그냥 단순한 협동은 아니다. 서로의 실력을 경쟁하고 심하 게는 견제까지 할 수 있는 적극적인 협동이다. 협동에 왠 견제냐고? 협동하다 보면 당연히 서로의 능력을 비교하고 더 개선하고픈 욕 구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어 저녀석 내가 모르는 개념을 알고 있잖아? 와 우리 정특의 수준이 한차원 높아졌네? 너무 기뻐! 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 협동을 하고 있느냐와 상관 없이 우리 사이에 경쟁상태를 유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할 무언가가 우리 모임에는 부재한 상황이다.

스스로 자신 안으로부터의 발전을 이루어내기 힘들다면 방금 말한 방법이 더 옳은 방법은 아닐까? 이제 곧 방학이다. 경쟁적 방법이건 어떤 방법이건, 후배 여러분들은 방학이 끝났을 때 ‘남들을 완전히 따라잡았다’는 만족감에 기뻐하고, 계속되는 경쟁에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편으로, 우리 같은 집단에게 필요한 것은 체계화된 정보 관리 능력 아닐까? 우리는 지금 남들이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또 현재 어떤 것을 잘 모르고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는지, 지금은 어떤 일 (개인 프로그래밍이든, 회사 일이든) 을 하고 있고 어떤 내부 디자인을 갖는지, 어떤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는지 거의 모른다. 즉, 우리는 집단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잇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중간 규모의 회사에서도 빈번히 발견할 수 있는 문제로, 회사가 크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을 거쳐야만 하는 프로세스다.

그래서 이 여담에 대한 결론은, CVS 와 같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소스 코드 저장소를 두고, 각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게시판 한 곳에서 모두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통합 소모임 (노는 소모임 말고 프로젝트만 순수히, 프로젝트 명을 대괄호로 감싼 말머리 이용) 게시판을 메인 메뉴에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매 주 CVS 활동 순위도 매기고 공개적인 평가 에세이를 모든 구성원이 최소 격주로 작성하도록 하자.

여러분은 아마 CVS 사용도 익숙치 않을 것이고 많은 어려움이 있을것이다. 물론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뭘 세팅하고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질문이 있을때 대답하는 것은 선배로써 영광으로 여기고 가급적 성실해 대답해 줄 용의는 있다. 아마 이 점에 대해서는 모든 선배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은 바쁘거나 게으르니까 🙂

– 정보특기자 모임에 쓴 글